2014/05/05 22:28

미용실에 가는 건 어려워. 일상의 망라_그러나 특별한 하루



내게 쉽지 않은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미용실에 가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미용사들에게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잘라야 할 때면
공격성 제로의 (다른 미용사들이 공격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느끼에게 무서운 것일 뿐.) 친근한 느낌의 아줌마 미용사가 있는 미용실을 찾아가곤 했다.

열 세살. 초등학교 졸업식을 앞둔 어느날. 

집 근처에 새로 생긴 크고 멋진 미용실을 나두고, 

엄마에게 억지를 부려 동네 아줌마들이 뽀글 파마나 하러 갈법한, 동네의 작고 지저분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그리고 결국. 나는 죽어도 피하고 싶었던 그 새로 생긴 미용실로 다시 가야했다.

동네미용실 컷트 실력이 형편 없었던 것이다. 컷트가 끝나고 엄마는, 애 머리가 무슨 쥐가 파먹은 머리 같다며 경악했다.

양쪽 머리의 기장도 안 맞았고, 덜 잘려서 길게 튀어나온 머리도 있었다.
 

엄마는 결국 나를 끌고 새로 생긴 멋지구리한 미용실로 갔다.

얘가 글쎄, 아줌마들이 하는 데가 편하다고 고집을 고집을 부려서 동네 미용실 갔다가 이꼴이 됐다고.

엄마는 반짝이는 미용실의 젋고 예쁜 미용사들에게 울분을 토하며

내 머리를 맡겼다. 머리를 자르며 생각했다. 저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모자란 애로 볼까.





왜 나는 미용실이 어려운 걸까. 나는 영화를 혼자 보러 가는 것도, 밥을 혼자 먹으러 가는 것도 다 괜찮은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오늘 나의 도전장소인, 전철역 부근에 있는 크고 세련된 미용실 앞에 다다랐다. 

1. 세련된 디자인의 삐까번쩍한 분위기.

2. 한껏 멋을 부린 남자 미용사 다수 + 젊은 여자 미용사 다수

3. 왠지 모르게 활기를 띤 내부 분위기

내가 어려워 하는 요소들이 모두 골고루 첨가된 하이클래스 도전 레벨.

그래도 이제는. 동네의 구석진 미용실을 전전하며 살지 않으니라, 다짐을 했기에. 

근처를 서성거리다.. 결국 용기를 내서 들어갔다.


이렇게 이렇게 자르려고요. 

이정도 괜찮아요?

네 좋아요.

뒷 머리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일자로.. 다듬어 주세요.

앞머리는요?

....어.. 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일단 이렇게 기르고 있는 중인데..

그럼 앞머리는 안 건드려도 좋을 것 같네요. 

네. 


태연한 척 했지만...

컷트가 끝나고 미용사가 내게 둘러져 있던 하얀 천을 걷어낼 때, 

나도 모르게 무릎 위에서 꽉 쥐고 있던 나의 두 주먹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바람에.. 나 혼자 흠칫. 

머리카락을 다 자르고 계산을 하고 나올 때까지.. 숨이 막혔다. 



머리모양이 어떤지는 사실 안중에 없고..  미용실 갔다 왔다는 거 자체가 그냥 뿌듯하다.

내게는 이처럼 

남들에게는 쉬울 테지만, 내게는 어려운 일들이 몇가지 있는데

이제는 하나 하나 용기를 내서 극복해봐야지. 







머리카락에서 향기난다! 좋아!

















덧글

  • 마른장작 2016/03/30 12:37 # 삭제 답글

    ㅎㅎ 너무 재밌고 공감가는 얘기 저도 미용실 가는게
    너무 어려워요 글로 잘 표현하신듯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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